[뉴스피처] 수십만 원까지 부르는 게 값…백신 안 맞으려 이렇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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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최근 몇 달 사이 세계 각국에 보급된 코로나19 백신은 팬데믹을 저지하는 유일한 돌파구가 되고 있습니다.

각국 보건당국은 하루빨리 집단 면역을 형성하고 일상으로 돌아가기 위해 다양한 방법으로 백신 접종을 독려하고 있는데요.

미국 오하이오주에선 백신 접종자를 대상으로 100만 달러(한화 약 11억3천만 원)를 주는 복권을 추첨했고, 뉴욕주 등은 대학 전액 장학금·도로 무료 통행권 등을 경품으로 내걸었습니다.

또 네덜란드 보건 당국이 현지 전통 식품인 절임 청어를 백신 접종자들에게 나눠주는가 하면 태국 북부의 한 지역에선 어린 암소를 백신 접종자 대상 추첨 경품으로 내놓았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정부와 지자체뿐 아니라 기업들까지 나서 백신 접종을 완료한 사람들에게 각종 혜택을 주고 있는데요.

그러나 백신 접종을 독려하는 방법에 이처럼 '달콤한 유혹'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국가나 기업에 따라선 다소 강압적으로 '백신을 맞으라'는 메시지를 전하는 곳이 있어 곳곳에서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죠.

글로벌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백신 접종은 개인적 선택이란 점을 이해한다"면서도 직원들의 사무실 출근 재개를 앞두고 지난달 백신 접종 여부를 사내 앱에 의무적으로 등록하라고 공지했습니다.

미국에서는 병원 등 일부 직장과 지방자치단체 등이 백신 접종을 의무화한 데 따른 반발로 소송전이 벌어지기도 합니다.

백신 접종을 직접 강요하는 국가 원수도 있습니다.

"천주교 주교들은 쓸모없다"는 등 '막말'과 강경 발언으로 악명 높은 필리핀 로드리고 두테르테 대통령이죠.

그는 지난달 22일(이하 현지시간) 수도 마닐라 일부 지역에서 시민들의 참여 저조로 백신 접종률이 낮다고 지적하면서 백신을 맞지 않으면 감옥에 보내겠다고 협박성 발언을 했습니다.

러시아 역시 당국이 국민들의 백신 접종을 상당히 높은 강도로 밀어붙이는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지난달 29일 미국 CNN 등 외신에 따르면 러시아 정부가 "코로나19 백신 접종은 개인의 선택"이라고 설명하지만 수도 모스크바 시민 중 서비스직 같은 대중을 마주하는 직업을 가진 사람들에게는 사실상 백신을 의무화하는 정책을 내놓았습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서비스 분야에서 일하는 모스크바 시민이 백신 접종을 거부한다면 그냥 일을 그만둬야 할 것"이라고 말했는데요.

결국 특정 분야 종사자 중 백신 맞기를 거부하는 사람은 일자리를 잃게 될 것이란 뜻이죠.

러시아 정부는 노동자뿐 아니라 고용주들에게도 백신 접종을 압박하기 시작했습니다.

직원들의 백신 접종률이 정부 요구에 도달하지 못할 경우 사업장은 벌금을 물거나 최장 90일까지 폐쇄될 수도 있습니다.

게다가 지난 4일부터는 카페나 식당 등을 이용하려는 모스크바 시민은 백신 증명서나 최근 6개월 이내 코로나 검사 음성 판정 결과서를 제출해야 합니다.

러시아 당국이 이처럼 강력한 백신 접종 드라이브를 걸게 된 것은 악화일로에 있는 러시아의 코로나19 확산 상황과 좀처럼 높아지지 않는 백신 접종률 때문인데요.

'델타형' 변이 확산으로 이달 초 러시아의 하루 기준 신규 사망자 수가 연이어 사상 최대치를 넘었고, 일일 신규 확진자 수도 최근 10일가량 2만 명 이상을 기록했습니다.

CNN에 따르면 러시아는 지난해 8월 세계 최초로 자국의 스푸트니크V 백신을 승인한 국가임에도 1억4천600만 인구 중 약 2천300만 명만 최소 1회 백신을 접종했습니다.

이 중 두 차례 백신 접종을 모두 마친 러시아인은 약 1천670만 명으로, 전체 국민 대비 접종 완료율은 약 11% 선에 머무르고 있는데요.

CNN은 미국과 영국의 백신 접종 완료율이 각각 46%, 48%인데 비해 러시아의 접종 완료율은 현저히 떨어진다고 설명했죠.

무료 서커스 티켓과 자동차 제공 등 회유책에서 강요에 가깝게 바뀐 당국의 접종 권유에 러시아인들 반응은 부정적입니다.

최근 모스크바 중심부에선 약 500명이 "백신 접종을 개인 선택에 맡기고 접종 여부를 이유로 한 해고를 중단하라"는 시위를 벌였습니다.

정부 당국이 '당근과 채찍'을 모두 사용해 백신 접종을 독려하고 있지만, 러시아인들 사이에선 백신 접종을 주저하는 분위기가 만연해 있다는데요.

지난 5월 발표된 설문 결과 러시아인의 62%가 "스푸트니크V 백신을 맞기 싫다"고 응답했습니다.

백신은 맞기 싫고, 맞지 않으면 일상생활이 어려워지거나 직장을 잃을 위험까지 생기니 일부 러시아인들은 가짜 접종 증명서란 '묘책'을 찾아냈습니다.

텔레그램 메신저 등 '암시장'에서 거래되는 가짜 접종 증명서는 실물 위조문서만 구하는지, 정부 시스템에 접종 증명 사실까지 위조로 등록하는지에 따라 수만 원부터 수십만 원까지 가격이 천차만별이라는데요.

"백신을 맞으라"는 국가와 기업, "백신을 맞든 말든 내 자유"라는 일부 사람들 사이 갈등. 과연 집단 면역 형성이란 대의를 위해 어디까지 개인의 선택을 제한할 수 있는 것인지 논의가 곳곳에서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은정 기자 김지원 작가 김지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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