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지하철서 ‘노 마스크’…일 20만명 확진 전망에도 규제 푼 영국

실내서 마스크 벗는 사람들 등장…아직은 조심하는 분위기

자가격리자 급증으로 인력난…슈퍼 문 닫고 총리도 격리

코로나19 사태 후 처음 문 연 런던 나이트클럽 코로나19 사태 후 처음 문 연 런던 나이트클럽

[AP=연합뉴스]

(런던=연합뉴스) 최윤정 특파원 = 영국에 소위 '자유의 날'이 오면서 지하철과 상점 등 실내에서 마스크를 쓰지 않은 맨 얼굴이 '당당하게' 등장하기 시작했다.

영국은 올해 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상황이 심각했을 때도 실외에서는 마스크를 쓰지 않았지만 19일(현지시간)부터는 실내 착용 의무까지 없앴다.

이날 낮 런던 교외에서 워털루역으로 가는 기차에는 드문드문 마스크를 쓰지 않은 사람들이 눈에 띄었다. 지난주만 해도 어쩌다가 있거나 '턱스크'를 한 정도였는데 이제 아예 마스크를 쓰지 않는 사람이 늘었다.

자리에 노트북을 펼쳐두고 보던 한 중년 남성은 승객이 더 타자 그제야 마스크를 꺼내 썼다.

런던 시내에서 일하는 한 국내업체 주재원은 "아침 출근 지하철에 3분의 1 정도는 마스크를 쓰지 않았다고 한다"고 말했다.

마스크 착용 의무 사라진 날 런던 지하철 마스크 착용 의무 사라진 날 런던 지하철

[AP=연합뉴스]

런던 남부 주택가의 한 대형 슈퍼마켓에는 거리두기 관련 안내가 사라졌고 일부 고객뿐 아니라 직원들도 마스크를 쓰지 않은 모습이었다. 남녀노소 구분은 없었다.

계산대 직원 5명 중 1명은 마스크를 안 쓰고 1명은 마스크를 턱에 걸치고 있었다. 이 슈퍼는 본사에서 마스크 착용을 계속 요구하겠다고 밝힌 곳이다.

식당과 카페에도 마스크를 쓰지 않은 직원과 고객이 섞여 있었다.

정부에서는 조심하라는 메시지를 보내고 있지만, 법적 의무가 사라진 상황에서는 그야말로 각자 선택인 듯하다.

런던시는 지하철 등에서 마스크 착용을 요구한다고 밝혔지만 강제할 수는 없다.

런던 워털루역 런던 워털루역

[촬영 최윤정]

거리두기 규정이 사라지면서 나이트클럽들은 거의 1년 반 만에 문을 열었다.

전국의 나이트클럽에는 춤이 고팠던 사람들이 댄스 플로어에 가득 찼다. 런던 북쪽의 에그 나이트클럽엔 자정이 되기 2시간 전부터 줄을 서기 시작해서 수백 명이 건물 코너를 휘감고 대기하고 있었다고 BBC는 전했다.

거리두기 등으로 막혔던 행사들도 재개됐다.

코로나19 후 처음 재개된 타워 오브 런던 투어 코로나19 후 처음 재개된 타워 오브 런던 투어

[AP=연합뉴스]

오래전부터 예고된 이 날은 예상보다는 조용히 시작됐다.

하루 신규 확진자가 5만명이 넘다 보니 분위기가 가볍지만은 않다.

임페리얼 칼리지 런던의 닐 퍼거슨 교수는 하루 확진자가 10만 명을 향해 가고 있으며 심지어 20만 명에 달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카페 종업원인 중년 여성 제시카씨는 손에 장갑까지 끼고 있었다. 그는 "계속 조심해야 할 것 같고 다른 사람들도 보호하기 위해서 마스크를 쓰려고 한다. 손을 자주 씻다 보니 피부가 상해서 장갑을 끼고 씻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한 대기업 관계자는 "현지 직원이 사무실 내 마스크 착용 지침이 유지되기를 바란다고 말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런던에서 일하는 여성 직장인 케자이아(30)씨는 "친구나 가족들은 계속 마스크 쓰고 조심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런던 워털루역 코로나19 안내 런던 워털루역 코로나19 안내

[촬영 최윤정]

확진자가 워낙 많다 보니 밀접접촉에 따른 자가격리자도 속출하면서 오히려 갇힌 사람들이 급증했다. 사지드 자비드 보건 장관은 확진됐고 보리스 존슨 총리와 리시 수낙 재무장관은 격리 중이다.

그러다 보니 지난 주말 런던 지하철 운행이 중단됐고 자동차 공장과 대형 슈퍼까지도 인력 부족으로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슈퍼마켓 체인 아이슬란드는 직원들이 자가격리에 들어가서 문을 닫는다고 밝혔다. 자동차 제조업체 복스홀도 3교대를 2교대로 축소했으며 닛산과 롤스로이스도 생산 차질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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