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유엔총회’ 文대통령, 국제사회에 “종전선언 다시 촉구”

[이데일리 김정현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임기 마지막 유엔총회에서 강조한 것은 다시 ‘종전선언’이었다. 북한과의 관계가 여전히 살얼음판을 걷는 가운데, 이를 개선하기 위한 계기가 3자 또는 4자 종전선언에서 비롯될 것이라는 문 대통령의 소신을 다시 내놓은 것이다.

문 대통령은 2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총회장에서 제76차 총회 기조연설을 통해 “나는 오늘 한반도 ‘종전선언’을 위해 국제사회가 힘을 모아주실 것을 다시 한번 촉구하며, 남북미 3자 또는 남북미중 4자가 모여 한반도에서의 전쟁이 종료되었음을 함께 선언하길 제안한다”고 밝혔다.

문재인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각) 미국 뉴욕 유엔 총회장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文대통령 마지막 유엔총회, ‘종전선언’ 화두


문 대통령은 바이든 미국 행정부 출범 이후 특별히 종전선언을 강조해왔다. 트럼프 행정부 하에서 이뤄졌던 ‘진전’을 다시 이어갈 단추를 종전선언으로 보고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남북한뿐 아니라 미국과 중국 등 관계국의 지지가 필수적이라는 인식 하에, 이를 위해서는 3자 혹은 4자 종전선언이 요구된다고 보고 있다. 이에 문 대통령은 지난해 유엔총회에서 종전선언을 꺼내들었고, 올해도 종전선언을 화두로 내세운 것이다.

문 대통령은 “나는 두 해 전, 이 자리에서 전쟁불용과 상호 안전보장, 공동번영을 한반도 문제 해결의 세 가지 원칙으로 천명했다. 지난해에는 한반도 ‘종전선언’을 제안했다”면서 “‘종전선언’이야말로 한반도에서 ‘화해와 협력’의 새로운 질서를 만드는 중요한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국전쟁 당사국들이 모여 ‘종전선언’을 이뤄낼 때, 비핵화의 불가역적 진전과 함께 완전한 평화가 시작될 수 있다고 믿는다”고도 했다.

문 대통령은 “마침, 올해는 남북한이 유엔에 동시에 가입한 지 30년이 되는 뜻깊은 해”라고 의미를 부여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유엔 동시 가입으로 남북한은 체제와 이념이 다른 두 개의 나라라는 점을 서로 인정했다. 하지만 결코 분단을 영속하기 위한 것이 아니었다”며 “서로를 인정하고 존중할 때 교류도, 화해도, 통일로 나아가는 길도 시작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북한의 호응도 촉구했다. 문 대통령은 “북한 역시 ‘지구공동체 시대’에 맞는 변화를 준비해야만 한다”며 “이미 고령인 이산가족들의 염원을 헤아려 남북 이산가족 상봉이 하루빨리 추진돼야 한다”고 제시했다. “‘동북아시아 방역·보건 협력체‘ 같은 지역 플랫폼에서 남북한이 함께할 때 감염병과 자연재해에 더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을 것”이라며 “한반도 운명 공동체로서, 또한 ‘지구공동체’의 일원으로서 남과 북이 함께 힘을 모아가길 바란다”고 말하기도 했다.

文대통령의 코로나 화두, ‘지구공동체 시대’

문 대통령이 코로나19와 관련해 찾은 화두는 ‘지구공동체 시대’의 탄생이었다. 문 대통령은 “코로나를 이기는 것은 경계를 허무는 일이다. 우리의 삶과 생각의 영역이 마을에서 나라로, 나라에서 지구 전체로 확장됐다”면서 “나는 이것을 ‘지구공동체 시대’의 탄생이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문 대통령은 “‘지구공동체 시대’는 서로를 포용하며 협력하는 시대다. 함께 지혜를 모으고 행동하는 시대”라면서 “지금까지는, 경제 발전에 앞선 나라, 힘에서 우위를 가진 나라가 세계를 이끌었지만, 이제 모든 나라가 최선의 목표와 방법으로 보조를 맞추어 지속가능한 발전을 추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문 대통령은 그러면서 “유엔이 이끌어갈 ‘연대와 협력’의 국제질서에 한국은 적극적으로 동참하겠다”며 “선진국과 개도국이 함께 공유할 수 있는 협력과 공생의 비전을 제시하고 실천하는 데 선도적 역할을 하겠다”고 선언했다.

문 대통령은 “‘지구공동체’가 해야 할 당면 과제는 코로나 위기로부터 포용적 회복을 이루는 일”이라며 “오랫동안 누적돼온 경제·사회적 문제들도 코로나를 계기로 수면 위로 드러났다. 빈곤과 기아가 심화됐고, 소득·일자리·교육 전반에 걸쳐 성별·계층별·국가별 격차가 커졌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유엔의 모든 구성원이 ‘2030 지속가능발전목표’ 달성을 위해 더욱 진지하게 노력해야 한다”며 “한국은 모든 사람, 모든 나라가 코로나의 위협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함께하겠다. 코백스에 2억불을 공여하기로 한 약속을 이행하고, 글로벌 백신 생산 허브의 한 축을 맡아 코로나 백신의 공평하고 빠른 보급을 위해 힘쓸 것”이라고 전했다.

아울러 “개발도상국들이 함께 지속가능발전목표를 향해 나아갈 수 있도록 코로나 이후 수요가 높아진 그린·디지털·보건 분야를 중심으로 ODA(공적개발원조)도 확대하겠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또 “‘지구공동체’가 해결해야 할 또 하나의 시급한 과제는 기후위기 대응”이라며 “국제사회가 더욱 긴밀하게 힘을 모아 ‘탄소중립’을 향해 전진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한국은 지난해 ‘2050 탄소중립’을 선언했고, ‘탄소중립기본법’을 제정했다”며 “다음 달에는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를 확정하고, 11월 COP26을 계기로 ‘2030 NDC(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상향해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아울러 “유엔의 분쟁 예방 활동과 평화구축 활동에 대한 한국의 기여도 확대해 나가겠다”며 “한국은 오는 2024∼2025년 안보리 비상임이사국에 진출하여 지속 가능한 평화와 미래세대의 번영을 위해 적극적인 역할을 해 나가고자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