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에 총탄을”…탈레반, 아프간 코미디언 이어 가수 살해

[이데일리 이선영 기자] 탈레반이 아프가니스탄을 장악하면서 공포 정치 재연 우려가 가중되는 가운데 유명 코미디언에 이어 이번에는 한 민요가수가 살해된 것으로 전해졌다.

탈레반에 의해 처형당한 민요가수 파와드 안다라비가 생전에 연주 중인 모습. (사진=유튜브 캡처)
29일(현지시간) AP통신은 아프간 수도 카불에서 북쪽으로 100㎞가량 떨어진 바글란주 안다라비 계곡에서 지난 27일 민요가수 파와드 안다라비가 탈레반 대원들에 의해 사살됐다고 보도했다.

안다라비는 ‘깃작(ghichak)’이라는 현악기를 연주하며 전통노래를 불러왔다. 대부분 아프간과 자신의 고향을 자랑스럽게 묘사하는 내용의 노래였다.

유족은 억울함을 주장했다. 안다라비의 아들인 자와드 안다라비는 “탈레반 대원은 과거에도 집에 찾아와 수색하고 마시는 차 종류까지 확인했다”면서 “아버지는 무고하다. 사람들을 즐겁게 하는 가수일 뿐인데, 그들은 농장에서 아버지의 머리에 총탄을 쐈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역 탈레반 위원회가 살인자를 처벌하겠다는 약속을 했다”고 덧붙였다. 다만 탈레반 대변인인 자비 훌라 무자히드 대변인은 이번 사건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을 모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탈레반을 풍자해온 유명 코미디언 나자르 모하마드 역시 탈레반 조직원들에게 붙잡혀 처형됐다. 탈레반은 이후 죽은 나자르의 시신을 SNS를 통해 공개하기도 했다.

나자르는 평소 동영상 공유 플랫폼 틱톡에 탈레반을 풍자하는 내용의 노래와 춤 등을 올려온 것으로 전해졌다.

당초 탈레반은 처형 사실을 부인했으나, 결국 영상 속 조직원이 탈레반 소속이 맞다고 인정하고 이들을 체포했다. 그러면서 탈레반 법정에서 해당 조직원들이 재판을 받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사건을 두고 국제기구는 우려를 표명했다. 카리마 베눈 유엔 문화 권리 조정관은 트위터를 통해 “각국 정부가 탈레반에 예술가의 인권을 존중해 줄 것을 촉구해야 한다”고 전했으며, 아그네스 칼라마르드 국제앰네스티 사무총장도 “2021년의 탈레반은 편협적이고 폭력적인 2001년의 탈레반과 똑같다는 증거가 늘어나고 있다. 20년이 지났지만 달라진 것은 없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