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 또 반도체 회의 소집…”기업 내부정보 달라” 논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사진=AFP 제공)


[뉴욕=이데일리 김정남 특파원] 미국 백악관이 유례없는 반도체 부족 사태에 대응하고자 화상 회의를 소집했다. 삼성전자(005930), TSMC, 인텔 등 세계적인 업체들이 총출동했다. 백악관이 직접 회의를 연 건 올해 들어 벌써 세 번째다.

23일(현지시간) 백악관 등에 따르면 브라이언 디스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과 지나 러몬도 상무장관은 이날 전세계 반도체 부족 등에 따른 생산 차질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화상 회의를 주재했다. 바이든 행정부 들어 백악관이 ‘반도체 회의’를 소집한 건 지난 4월과 5월에 이어 세 번째다.

로이터에 따르면 삼성전자를 비롯해 TSMC, 인텔, 애플, 마이크로소프트(MS), 제너럴모터스(GM), 포드, 다임러, BMW 등이 이날 회의에 참석했다. 굴지의 종합반도체업체 외에 자동차업체, 전자업체 등이 대거 나와 반도체 문제를 다뤘다. 삼성전자는 세 차례 회의에 모두 참석했다.

최근 미국을 비롯해 전세계적으로 반도체가 부족해 상품 공급이 제때 이뤄지지 않은 문제가 심각해지고 있다. 당초 자동차에 국한하나 싶었는데, 최근에는 반도체가 들어가는 거의 모든 상품들이 타격을 받고 있다.

이날 회의에서는 반도체 부족과 관련해 상무부가 기업에 투명성 제고를 요청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45일 내로 재고와 주문, 판매 등과 관련한 정보를 자발적으로 제출하라는 것이다.

러몬도 장관은 이날 로이터와 인터뷰까지 하면서 “정보 제공 요청은 투명성 제고를 목표로 하는 것”이라며 “병목 현상이 어디서 일어나는지 알아내려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반도체 부족과 관련한) 사태는 더욱 심각해지고 있고 더 공격적으로 움직여야 한다”며 “기업이 협조하지 않을 경우 수단이 있다”고 경고했다.

다만 다수의 기업들은 난색을 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가 기업에 내부 정보 공개를 강요하는 건 논란의 소지가 있다. 아울러 기업 입장에서는 정부가 투자를 압박하는 것으로 여길 공산이 커 보인다.

심지어 바이든 행정부는 국방물자생산법(DPA)을 동원해 기업의 정보 제출을 강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DPA는 한국전쟁 시절 군수물자 생산을 위해 마련한 법이다. 바이든 행정부는 코로나19 백신 제조를 독려할 때 이를 활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