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간, 탈레반에 사실상 ‘항복’


[내외일보] 이교영 기자 = 아프가니스탄의 수도 카불이 이슬람 무장 반군 탈레반에 결국 “권력을 이양하겠다”고 선언했다.

미국이 아프간에서 철군하기 시작한 4월 29일 이후 약 3개월여 만이다. 예상 보다 훨씬 빠른 탈레반의 아프간 권련 장악으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철군 지시에 대한 비판 목소리가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당초 미 정보당국은 탈레반이 카불까지 진입하려면 빨라도 철군 후 6개월에서 1년가량 걸릴 것으로 판단했다. 미국은 2001년 9·11테러 배후인 알카에다의 수장 오사마 빈 라덴을 넘기라는 요구를 탈레반이 거부하자 아프간을 침공해 탈레반이 쥐고 있던 정권을 빼앗았고 이후 20년간 아프간 정부를 지원해 왔다.

CNN 등에 따르면 압둘 사타르 미르자콰 아프가니스탄 내무부 장관은 정부와 탈레반이 협상을 진행한 이날 “‘과도 정부"' 평화적으로 권력을 이양할 것”이라고 밝혔다.

탈레반은 이날 대변인 발표를 통해 “카불은 인구가 밀집한 큰 도시이기 때문에 우리는 무력으로 진입하지 않을 것”이라며 “반대 측(아프간 정부)과 수도 카불의 평화로운 항복을 위한 협상이 진행되고 있다”고 알렸다.

전날 카불 남쪽 11㎞까지 접근한 탈레반은 이날 카불 외곽으로 진입을 시작해 카불 일부 지역에 병력을 배치했다. AP통신에 따르면 탈레반 지도부는 이날 아프간 정부와 권력 이양협상을 위해 카불에 있는 아슈라프 가니 대통령궁으로 향했다. AFP통신은 탈레반 대변인을 인용해 탈레반 조직원들이 카불 관문에서 대기하되 무력으로 진입하지는 말라는 지시를 받은 상태라고 전했다.

미군이 올해 4월 철군을 발표한 이후 아프가니스탄을 떠나기 시작한 지 불과 3개월여 만에 탈레반은 아프가니스탄 대부분을 장악했다.

한편 미국 등 아프간에 대사관을 두고 있는 주요국들이자국민  탈출 작전에 돌입했다.

한 미국 정부 관리는 “빠르면 17일 오전까지 철수가 완료될 것”이라고 CNN에 말했다.

독일, 영국 등 카불에 대사관을 두고 있는 주요국들도 자국민을 전원 또는 최소한의 인력만 남긴 채 속속 철수시키고 있다.

앞서 조 바이든 대통령은 미군 철수 후 예상보다 빠른 탈레반의 진격으로 아프가니스탄 상황이 급속히 악화하자 수도 카불에 1000명의 추가 병력 파견을 지시했다. 앞서 발표한 증원 병력을 합치면 5000명으로 늘어나는 것이다. 다만 바이든 대통령은 “(추가 파병은) 미국인 인력의 안전하고 질서 있는 축소 및 미군을 지원해온 아프간인들의 안전한 퇴거를 보장하기 위한 것”이라며 기존의 철군 계획에 변함이 없음을 재확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