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의지 선수협 회장의 본질 회피한 사과문

‘조심성 없는 행동으로 국민 심기를 불편케 하여 미안하다.’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가 15일 발표한 사과문을 한 문장으로 요약하면 이렇다. 방역수칙을 위반한 코로나19 확진 선수들 때문에 KBO리그 출범 39년 만에 처음으로 정규시즌이 중단됐는데도 사건의 본질을 회피하고 있다.

코로나19에 감염된 NC다이노스 선수 4명이 원정경기 숙소에서 여성 2명을 불러 방역수칙을 어긴 술판을 벌였다가 박민우를 제외한 5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 강남구청은 최초 역학조사에서 입을 맞춘 듯 모두가 술자리 자체를 숨겼다며 허위진술 혐의로 고발까지 했다.

그러나 선수협은 “신중하지 못한 행동으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켰다”는 말이 전부다. 방역수칙 위반과 역학조사 허위진술 등 NC 선수들의 혐의는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가 적용되면 최대 징역 5년까지 가능한 중죄다. ‘조심스럽지 않았다’는 표현이 공식입장에 나와야 하는 상황이 아니다.

선수협은 “프로스포츠 종사자는 방역에 솔선수범하여 심리적으로 고통받고 지친 국민과 팬에게 위로를 드려야 한다”며 이러한 책임을 다하지 못한 것을 사과했다. 법률위반이 아닌 도의적인 잘못만 인정한다는 얘기다.

몇몇 선수의 방역수칙 위반 때문에 KBO리그 전체가 멈췄다. 강남구청장이 “오후에 경기가 있는데도 오전 4시21분까지 술을 마셨다”고 폭로하면서 프로야구 위상은 땅바닥에 떨어졌다. 듣기 좋은 말만 늘어놓은 선수협 사과문은 어이가 없을 정도다.

선수협은 “국민 정서에 반하는 행동으로 심려를 끼쳐드리고 실망을 드려 너무나도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고개를 숙였다. 경찰 입건뿐 아니라 검찰 기소 가능성도 거론되는 NC 원정 숙소 방역수칙 위반 사건의 심각성을 생각하면 한가하게까지 들리는 사과다.

공교롭게도 현재 선수협 회장은 NC 양의지다. NC 구단이 방역수칙 위반뿐 아니라 술자리 자체를 감추는 동안 선수단에서도 동료를 지켜주자며 자체적으로 은폐를 결의했다는 일부 언론 보도에 NC 주장으로서 해명이 필요하다.

선수협 회장으로서도 양의지는 NC 잘못을 인정하고 다른 구단과 형평성을 이유로 프로야구 중단 결정을 반대했다는 얘기가 들리지 않는다. 문제가 된 술자리가 있던 6일부터 NC 주장 겸 선수협 회장으로 어떤 입장을 취했는지 명확히 밝혀야 한다.

[박찬형 MK스포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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