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히 딸의 휴대전화 사진첩을 보게 되었습니다.



딸아이가 폰이 이상하다며 봐달라고 합니다.


와이프가 쓰던 아이폰8+를 지금 딸이 쓰고 있는데 아직 초등학생이라 최신 폰 같은것에 민감해 하지 않아서 본인은 만족하며 쓰고있긴 한데 간간히 어플이 실행 안되고 꺼질 때가 있습니다.


오늘은 유난히 해결이 잘 안되서 어플을 몇번 설치하고 삭제하고를 하다가 좌우로 쓸어넘기는 과정에서 사진첩 위젯을 보고 터치를 해봤습니다.


음..


밤이라 그런건지.. 그래서 감수성이 차올라서 그런건지는 모르겠는데.


초등학생 딸아이는 엄마 아빠가 해주고 사주고 함께한 "별거아닌" 많은 것들을 참 열심히도 사진으로 남겨놨네요.


눈물이 글썽거릴 정도로 울컥하고 한건 아니지만..ㅎㅎ 왠지 고맙기도 하고 미안하기도 하고 그랬습니다.


저나 와이프나 40 넘게 살아오면서.. 감히 거들떠도 못 볼 비싸고 대단한 것들을 제외하면.. 그래도 남들 하는건 어지간히 해보고 먹어보고 했다고 생각합니다.


TV에 뭔가 관심 가는 것이 나오면 그걸 사볼까 먹어볼까 가볼까 하고 엄청 큰 고민을 하지는 않아도 될 정도로 산지가.. 한 3~4년 정도 된 것 같아요.


(당연한 얘기지만.. 어마무시한 휴양지의 고오급 호텔이나 수십만원 짜리 코스요리 이런걸 얘기하는게 아닙니다. ^^;;)


아무튼.


작년-올해를 거치며 저는 유독 삶 자체에 뭔가 기대감이랄까요? 설레이거나 하는것이 확 줄어듬을 느꼈고. 소비와 지출도 잠시잠깐의 여흥만 줄 뿐 오래 기억에 남을만한 것들, 생소하고 신기하고 그래서 강하게 나의 뇌와 감성을 자극하는 것이 이젠 거의 없다고 느끼며 살다보니..


한편으론 아빠가 퇴근길에 사다준 젤리 하나, 엄마가 해준 점심밥, 자기 용돈으로 문방구에서 산 천원짜리 악세사리...


이런 것들이 사진으로 남길 만큼 그때의 딸아이에게 기억에 남을만한 이벤트가 된다는 것이 새삼 부러웠습니다.


이제 40에 들어선 제가 감히 인생 선배님들 앞에서 할 말은 아니지만.. 이래서 어린게 좋은건가.. 하고 생각하게 되기도 합니다.


저도 작년에 생애 첫 신차 구매를 할때.. 정말 오랜만에 설래이고 들떴던 순간도 있었습니다. 대출 끼고 첫 집을 사서, 비록 20평대 구축아파트에 도배장판 조차 못하고 이사왔을 때 이후로 말이죠.^^;


그러나 올해는 뭘 사도, 뭘 해도 한 해의 반이 지나가도록 그저 심드렁한 180여일이 지나간 느낌일 뿐이라 느끼는 저에게 딸아이의 작고 값싸고 흔한 것들을 소중하게 남긴 사진들은 참 많은 생각을 하게 합니다.


내가 지금 할 수 있는 것, 가진 것을 다시 돌아보자 생각하게 되기도 하고..


무엇보다 옆 방에서 자고 있는 딸아이와 아들녀석에게 비록 비싸고 고급진건 못해주더라도, 아이들이 커가며 소중한 추억이 될만한 것들을 최대한 많이 해줄 수 있게 고민해 봐야겠다.. 하는 생각이 같이 드네요.^^


이런게 철이 드는 과정일까요..ㅎㅎ


아직도 자유롭게 쓸 수 있는 돈이 생기면 마음속 구매리스트를 들춰보는 철부지 아빠인데.. 내일은 일찍 퇴근해서 아이들과 시간을 조금이라도 많이 보내야 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