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이정재 “456억원 상금이 내 것이라면?…하, 어떻게 쓸지 엄두가 안나요”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 게임’으로 글로벌 신드롬을 이어가고 있는 이정재(사진). “목숨을 내걸고 치러내야 하는 게임이 주는 긴장감과 함께 인간들의 관계성이 안기는 긴장감”을 연기의 요인으로 꼽았다. 이어 “내 또래 뿐 아니라 좀 더 젊은이들과 해외에까지 연기를 보여줄 기회여서 감사하다”며 웃었다. 사진제공|넷플릭스

글로벌 1위 ‘오징어게임’ 주연 이정재 인터뷰

신드롬급 인기에 얼떨떨…너무 고맙죠
나라면 힘들어도 목숨 건 게임 안할 것
영화제작·연출·시나리오까지 ‘에너지 갑’
그 힘은 선배급이라는 부담감 때문이죠 “456억원? 너무나 큰돈 아닌가.”

인용에서 빠진 마지막 문장이자 전제일 수 있다. ‘내게 오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만약 456억원이라는 돈을 쥐게 된다면 당신은 가장 먼저 무엇을 하고 싶은지 상상해보자는 말에 “엄두가 나지 않는다”는 말이야말로 솔직한 답이 될 수 있으리라.

세상의 대부분 사람에게는 ‘천문학적’으로만 들려올 규모의 456억원! 당신이라면 정말 그 돈으로 당장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불과 수천만원을 투자해 수천억원을 벌어들이는, 그야말로 비현실적일 것 같은 일이 실제로 벌어졌음이 드러나면서 더욱 수상해진 세상, 규모조차 상상할 수 없는 거액을 손에 쥔 자, 과연 게임의 승리자일까.

배우 이정재(48)에게도 456억원의 최우선 쓰임새를 상상해보라고 주문했다. 그는 “그런 돈이 내게 올까?” 되묻고는 “엄두가 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공감할 수밖에 없지 않은가.

그래서 비현실적인 이야기는 더욱 현실감을 발휘한다. 17일 세상에 나온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게임’ 속 이야기는 전 세계 TV 시청자와 온라인 이용자들의 지지 속에 비현실성의 현실감을 더하며 공감의 크기를 키워가고 있다.

29일 오후 온라인 화상으로 만난 이정재는 이야기의 주역으로서 당당히 얻은 “자랑스러움”을 만끽하고 있었다.

사진제공|넷플릭스




- ‘오징어게임’이 세계적인 신드롬급 인기를 이어가고 있다.

“항상 영화나 드라마를 찍으면서 이런 장면을 보면 관객과 시청자가 좋아할까 고민한다. ‘오징어게임’은 예상하지 못한 결과가 나와 너무 감사하다. 한국영화나 드라마가 좀 더 세계 관객과 시청자에게 더 많이 소개돼 공감을 이끌어내는 일이 자주 일어나길 바란다. 굉장히 한국적인 것을 세계에 알리는 이야기나 세계인이 공감하는 또 다른 색깔의 이야기도 많이 나온다. 그런 상상을 구현하는 영상기술도 뛰어나다. ‘어떻게 그런 상상을 했느냐’에서부터 ‘어떻게 적은 제작비로 좋은 퀄리티를 만들 수 있냐’는 등 해외 관계자들의 질문을 받곤 한다.”


- ‘오징어게임’ 말미에 등장하는 빨간색 머리가 잘 어울린다.

“극중 역할이 멋있는 캐릭터는 아니다. 마음이 멋있다. 그런 마음을 빨간색으로 표현한 것 아닐까. 하하!”

‘오징어게임’ 속 이정재는 공고를 나와 자동차 회사에서 일하다 구조조정으로 인해 희망 퇴직했다. 그 직전 회사는 폐업을 선언했고, 그를 비롯한 노동자들은 이에 저항하지만 경찰의 무자비한 진압에 스러지며 결국 쫓겨났다. 치킨 집 등 자영업에 뛰어든 그에게 세상은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기어이 사채에 손을 대고 일확천금을 꿈꾸며 도박으로 향한다. 그런 그에게 456억원을 쥘 수 있는 기회가 다가온다. 하지만 여섯 단계의 게임을 거쳐야 한다. 게임은 목숨을 담보로 하고, 그의 목숨 값은 자신과 같은 처지에 놓인 다른 455명의 사람처럼 1억원에 해당한다.

결국 타인을 밟고 올라서지 않으면 죽음을 마주할 수밖에 없는 극한의 상황. 당신이라면 어쩔 수 있을까.

“글쎄, 나라면 그런 무모하고 목숨을 건 게임은 좀….(웃음)”

이정재는 다만 “그만큼 절박한 상황과 게임을 치러낼 수밖에 없는 짠한 캐릭터를 떠올리며 진짜 나라면 상금을 가져갈 수 있나 상상”했을 뿐이다. 이를 통해 더욱 “처절해보이길 바랐다”고 말했다.

사진제공|넷플릭스




- 대부분 캐릭터와 그들의 각기 사연이 전형적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전형성은 어떤 면에서는 (작품과 연기에)도움이 된다. 연기할 때 약간의 전형성을 갖고 가는 부분이 꽤 있다. 연출자인 황동혁 감독도 그런 전형성을 의도한 게 아닐까. 그럼에도 ‘오징어게임’에는 굉장히 새로운 부분도 많다. 이제껏 보지 못한 아이디어가 많다. 그런 속에서 약간의 전형성이 보는 이들의 이해를 돕는 것에 큰 도움이 될 듯하다.”


- 극중 게임 참가자로는 맨 끝인 ‘456번’이다. 어떤 의미일까.



“꼴찌? 꼴등? 하하하!”

이정재는 1993년 드라마 ‘공룡선생’으로 데뷔해 이제 어엿한 톱스타로서 위상을 굳힌 지 오래다. 세상의 “꼴찌”와 “꼴등”의 캐릭터를 실감나게 연기하는 배우이지만 이제는 영화 연출자(액션영화 ‘헌트’로 감독 데뷔한다)로, 또 영화 제작자이자 매니지먼트사 운영에 참여하는 사업가로도 일하고 있다.

사진제공|넷플릭스




- 그처럼 다방면의 일을 할 수 있는 에너지는 어디에서 나오나.



“살다보면 생각과 가치관이 달라지는 것 같다. 영화 연출이나 제작에 대한 생각이 전혀 없었지만 나이 들어가면서 오랫동안 쌓아온 현장의 경험치로 ‘이런저런 이야기를 이런저런 방식으로 하면 재밌을 것 같다, 효율성이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그러면서 영화 제작과 연출도 하고 시나리오도 쓰게 되더라. 지금 생각해보면 이제 선배급으로 뭔가 일을 조금 더 이끌어나가게 되는 것 같다.”


- 배우이면서 제작자에게 넷플릭스를 비롯한 OTT(온라인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 등 새로운 플랫폼의 등장과 ‘오징어게임’으로 대표되는 수용자들의 반응은 어떤가.



“꼭 극장에서 봐달라는 작품이 있을 수 있다. 큰 화면과 풍부한 사운드로 재미를 즐길 수 있는 콘텐츠이다. 또 다른 작품은 개인적 아늑한 공간에서 집중해 보면 더 재밌는 콘텐츠일 수 있다. 그만큼 콘텐츠를 다양한 방법으로 즐기게 됐다. (이야기를)만드는 입장에서는 반갑고 감사하다.

29일 OTT 콘텐츠 소비 랭킹 사이트 플릭스패트롤에 따르면 넷플릭스 플랫폼의 순위를 공개하는 83개국 가운데 ‘오징어게임’은 28일 기준 79개국에서 ‘가장 많이 본 TV 쇼(프로그램)’ 부문 1위를 차지했다. 29일 플릭스패트롤이 그려낸 관련 세계지도에서 ‘오징어게임’은 이미 아시아를 넘어 미주와 유럽, 오세아니아 등 거의 모든 대륙을 뒤덮고 있다.

이정재는 “너무 자랑스럽고 더 자랑하고 싶다”며 웃었다.

윤여수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