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정부 대북구상, 문재인 정부 밟고 가야”

김종대 교수 "노무현도 김대중 밟고 가"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2018년 평양대극장에서 열린 삼지연 관현악단 환영 예술공연에 참석하며 인사를 하고 있다. ⓒ평양사진공동취재단/뉴시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2018년 평양대극장에서 열린 삼지연 관현악단 환영 예술공연에 참석하며 인사를 하고 있다. ⓒ평양사진공동취재단/뉴시스

차기 대통령이 담대한 대북구상을 마련할 수 있도록 문재인 정부 대북정책을 '실패'로 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제기됐다.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재가동 의지를 거듭 피력하고 있는 문 정부가 북측에 실질적 인센티브를 제공할 수 없다는 근본적 한계를 인정하고, 차기 정부를 위한 '땔감'이 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다.


김종대 연세대 통일연구원 객원교수는 지난 23일 열린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주관 포럼에서 "우리 스스로 (대북정책이) 성공하지 못했다는 것을 과감하게 인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의당 소속 국회의원이기도 했던 김 교수는 "무언가 자꾸 '재창출한다' '계승한다'는 이야기를 할 한가한 상황이 아니다"며 "권력 교체기에 차기 대통령이 담대한 구상을 펼칠 수 있는 여러 준비를 갖춰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문 정부가 평화 프로세스 재가동 의지를 거듭 밝히고, 여권 유력 대선주자인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문 정부 대북정책 계승 의사를 밝힌 데 대해 부정적 견해를 내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김 교수는 "노무현 대통령도 김대중 대통령을 밟고 갔다"며 "김대중 대통령의 철학과 노선을 부정했다는 의미가 아니라 더 나은 담대한 (대북)구상을 하려는 정치적 과정이 필요했던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김대중 대통령에 대해 비판적으로 성찰하고 더 담대한 대안제시로 나갔던 것이 또 하나의 진보였다고 생각한다"고 부연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시절이던 지난 2017년 현장 유세 과정에서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진을 들어보이고 있다. ⓒ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이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시절이던 지난 2017년 현장 유세 과정에서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진을 들어보이고 있다. ⓒ뉴시스

김 교수는 전 세계적으로 민주주의가 후퇴하고 있는 것은 물론, 기후 위기 등으로 인도적 재난 우려까지 커지고 있다며 "협력이 아니면 생존을 장담할 수 없는 새로운 시대인식 하에서 남북관계를 바라보는 구상이 필요하다"고도 했다.


비핵화와 평화를 함께 추진하겠다는 문 정부 대북정책에 대해선 "강령적 차원에선 여전히 유효하다"면서도 "어떻게 구현할지에 대해선 차원을 바꿔야한다는 인상을 지우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남북문제를 바라보는 새로운 시대인식, 문명에 대한 새로운 통찰을 바탕으로 차기 정부가 문재인 정부를 밟고 지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무엇보다 그는 북한이 대북제재·코로나19·자연재해 삼중고 여파로 인도주의적 위기를 맞을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관련 이슈를 중심으로 대북접근법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5월 미국 워싱턴 백악관 오벌오피스 야외테라스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오찬을 겸한 단독회담을 하고 있다. ⓒ청와대/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5월 미국 워싱턴 백악관 오벌오피스 야외테라스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오찬을 겸한 단독회담을 하고 있다. ⓒ청와대/뉴시스

김 교수는 미국의 대외 관여 의지 및 역량을 의심케 할 '지정학적 사건'이 잇따라 벌어졌다며 주도적으로 대북정책을 펼 수 있는 자율성 확보에 주력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도 밝혔다.


그는 △크림반도 사태 △미얀마 사태 △아프간 사태 등을 언급하며 "지정학적 변동이 있을 때마다 미국이 단 한 번도 제대로 개입하거나 문제를 해결하거나 사후관리를 하거나 대안을 제시한 적이 없다"고 꼬집었다.


이어 "사실상 전략적 후퇴를 하는 나라(미국)가 북한에 대해 제대로 관여정책을 펼 수 있겠느냐"며 "솔직하게 이야기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다. 북한에 대한 비용 지출을 망설이는 동맹국(미국)으로부터 상당한 자율성 양보를 받아내야 한다"고 말했다.


©(주) 데일리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