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디에 경고 날린 김해림, 3년2개월 만에 통산 7승 달성

파5 18번홀에서 치러진 연장 첫 홀. 76m를 남기고 친 김해림의 세 번째 샷이 홀 1m에 붙었다. 먼저 친 이가영의 볼은 6.7m 거리. 이가영의 버디 퍼트는 홀을 스치며 돌아나왔다. 김해림(32)은 3년2개월 만에 찾아온 우승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뗑그랑’ 소리와 함께 김해림이 하늘을 향해 두 팔을 벌렸다. 버디에 버디를 주고 받으며 ‘굿샷의 향연’을 펼친 두 선수의 희비가 이렇게 갈렸다.

김해림이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맥콜·모나파크 오픈(총상금 8억원) 정상에 오르며 통산 7승을 달성했다.

김해림은 4일 강원도 평창군 버치힐 컨트리클럽(파72·6434야드)에서 열린 대회 최종 라운드에서 보기 없이 버디만 5개를 잡아 5언더파 67타를 쳤다. 최종 합계 13언더파 203타를 기록한 김해림은 이날만 8타를 줄인 이가영과 동타를 이룬 뒤 연장 첫 홀 버디로 길었던 승부에 마침표를 찍었다. 김해림이 KLPGA 투어에서 우승한 것은 2018년 5월 교촌 허니 레이디스 오픈 우승 이후 3년2개월 만이다. 우승 상금은 1억4400만원.

김해림은 특히 사실상 캐디의 도움을 받지 않고 혼자 힘으로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을 일궈내 투어에 새바람을 예고했다. 김해림은 1라운드서 캐디 없이 혼자 플레이하며 7언더파를 쳤다. 2~3라운드는 하우스 캐디를 썼지만 이동이나 채를 닦는 것 정도만 도움을 받았고, 경기적인 부분에선 캐디와 의논하지 않고 스스로 결정해서 코스를 공략했다.

김해림은 “사실 캐디가 필요하긴 하다. 다만 돈만 밝히는 일부 캐디들의 태도에 화가 나서 캐디 없이 해보려고 했다”면서 “선수들이 경기력을 높이기 위해 여러 노력들을 하는데 캐디들도 어떻게 하면 선수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지 노력을 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해림과 이가영의 우승 경쟁은 후반부터 불꽃을 튀겼다. 이가영이 11번홀과 13번홀, 14번홀에서 4m 안팎의 버디 퍼트를 잇따라 잡아내자 김해림은 환상적인 아이언샷으로 응수했다. 김해림은 13번홀과 14번홀에서 두 번째 샷을 모두 홀 64㎝에 붙였다.

김해림이 파4 16번홀에서 두 번째 샷을 홀 1.5m에 붙여 다시 1타 차 단독 선두로 나서자 이가영도 파3 17번홀 버디로 바로 응수했다. 두 선수는 마지막 18번홀에서도 장군멍군을 주고받았다. 이가영이 3.1m 버디 퍼트를 집어넣어 1타 차 단독 선두로 라운드를 마치자 김해림이 2.1m 버디 퍼트로 응수해 승부를 연장으로 끌고 갔다.

김해림은 “18번홀에서 선수들한테 물어보니 이가영 선수가 버디를 잡았다고 해서 나도 꼭 버디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김해림은 “부상도 오고, 일본에 갔다가 잘 풀리지 않아서 힘들었는데 이번 우승으로 다 씻겨 내려가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안지현은 버디 8개, 이글 1개로 10언더파 62타를 쳐 코스 신기록(종전 최혜진의 63타)을 세웠지만 ‘프리퍼드 라이’(장소가 젖어 있을 때 더 나은 위치로 볼을 옮길 수 있도록 허락하는 임시 규정)가 적용됐기 때문에 코스 신기록으로 인정받지는 못했다.

< 평창 | 류형열 선임기자 @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