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인 없어도 돼. SON이 있으니까” 개막전부터 EPL 찢어놓은 손흥민

토트넘 홋스퍼의 손흥민이 맨체스터 시티와의 2021~22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1라운드 경기에서 환상적인 왼발 중거리슛으로 결승골을 터뜨리고 있다. 사진=AP PHOTO
[이데일리 스타in 이석무 기자] “노(NO) 케인, 노(NO) 프라블럼.” 영국 공영방송 BBC는 토트넘 홋스퍼가 지난 시즌 챔피언 맨체스터 시티를 꺾은 뒤 이렇게 표현했다. 그리고는 한 마디 더 붙였다. “토트넘은 손흥민이 있기 때문에 희망적이다.”

‘손세이셔널’ 손흥민(29·토트넘)이 잉글랜드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 2021~22 시즌 개막전에서 자신의 진가를 확인시켰다. 손흥민은 16일(한국시간) 영국 런던의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에서 열린 맨체스터 시티(이하 맨시티)와 2021~22 EPL 1라운드에 선발 출전해 후반 10분 페널티지역 오른쪽에서 환상적인 왼발 슛으로 결승골을 터트렸다.

역습 상황에서 팀 동료 스티브 베르바인이 드리블하며 질주한 뒤 측면에서 함께 달리던 손흥민에게 패스를 연결했다. 공을 받은 손흥민은 앞을 가로막은 맨시티 수비수 네이선 아케를 따돌리고 왼발 중거리 슈팅을 날렸다.

손흥민의 발을 떠난 공은 상대 수비수 사이를 스치듯 빠져나간 뒤 골문 왼쪽 구석을 정확히 뚫었다. 세계 최고의 수문장 중 한 명인 맨시티 골키퍼 에데르송 모라에스 조차 꼼짝 못하고 가만히 서서 당할 수밖에 없었다.

손흥민의 리그 1호 골은 이날 경기의 유일한 골이자 결승골이 됐다. 토트넘은 손흥민의 활약에 힘입어 지난 시즌 리그 우승팀인 맨시티를 1-0으로 꺾고 값진 승리를 거뒀다.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을 가득 메운 6만2000여 관중은 일제히 ‘쏘니!’을 외치며 열광했다.

이날 경기 전만 해도 모든 관심은 토트넘 공격수 해리 케인에게 쏠렸다. 토트넘의 간판 공격수로 2024년까지 토트넘과 계약된 케인은 지난 시즌을 마치고 더 큰 목표를 위해 이적을 공식 요청했다. 공교롭게도 케인의 가장 유력한 행선지로 꼽힌 팀이 이날 맞붙은 맨시티였다. 그래서 현지 언론들은 이날 경기를 ‘케인 더비’라 이름 붙였다.

정작 케인은 이날 경기에 나서지 않았다. 케인은 지난달 유로 2020을 마치고 예정된 훈련 복귀일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팀 훈련에 합류하지 않은 것에 대해 비난이 쏟아졌다. 케인은 뒤늦게 자신의 SNS를 통해 “내가 훈련을 거부한 것이 아니라 구단 훈련장 숙소에서 격리 생활을 하며 따로 훈련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몸이 덜 만들어진 케인은 이날 팀 개막전에 결장했다. 대신 손흥민이 최전방 원톱 스트라이커로 선발 출전했다.

케인의 불안한 거취와 맞물리면서 손흥민의 결승골은 더 많은 화제를 불러모았다. BBC는 손흥민을 ‘이주의 선수’로 선정하고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BBC 축구 해설위원인 가스 크룩스는 “손흥민의 결승 골은 마치 교과서 같았고 전형적인 스트라이커의 모습이었다”면서 “케인이 ‘월드 클래스’ 선수라 몸값이 비싸지만 손흥민 역시 마찬가지”라고 평가했다. 이어 “토트넘이 맨시티의 돈을 받고 케인을 넘기는 데 여전히 주저한다면 오늘 경기를 보면 된다”며 “전혀 고민할 필요가 없다.(케인을 팔고) 돈을 받아라!”라고 제안했다.

다른 현지언론들도 손흥민의 활약을 대서특필했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손흥민이 맨시티를 쓰러뜨렸다”고 전했다. CNN도 “케인이 없다고?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팀이 최고의 경기를 했다’고 말한 손흥민이 후반전에 놀라운 승리를 안겨주는 골을 터뜨렸다”고 보도했다.

이날 경기는 누누 이스피리투 산투 감독 체제의 토트넘에서 손흥민이 더 빛날 수 있음을 여실히 보여줬다. 산투 감독은 탄탄한 수비를 바탕으로 강한 역습을 펼치는 스타일로 유명하다. 이날 경기에서도 맨시티의 파상공세를 견뎌내면서 한 번의 역습으로 승리를 일궈냈다.

손흥민은 폭발적인 스피드와 탁월한 결정력이 일품인 공격수다. 특히 역습 상황에서 상대 수비 빈틈을 파고들어 골을 만드는데 능하다. 산투 감독이 가장 좋아하는 유형의 공격수라고 할 수 있다. 산투 감독은 경기 후 “손흥민은 전방의 모든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을 만큼 다재다능한 선수”라며 “특히 상대의 틈과 공간을 찾아내는 킬러”라고 칭찬을 쏟아냈다.

손흥민은 인터뷰에서 “동료들이 내 뒤에서 싸워주고 공을 되찾아줬기 때문에 내게 정말 많은 기회가 생겼다”며 “그런 선수들과 함께 한다는 것이 너무 기쁘고 감사하다”고 겸손해 했다. 손흥민이 “내 골은 그냥 운이 좋았다”라고 하자 인터뷰 진행자는 “당신은 골을 넣을 때마다 운이 좋다고 한다. 번리전 골도 운이 좋았다고 하지 않았느냐”고 웃으며 반문했다.

손흥민은 2019년 12월 번리와 경기에서 혼자 80m 이상을 질주한 뒤 골을 넣었다. 손흥민은 이 골로 지난해 최고의 골 장면을 만든 주인공에게 수여하는 국제축구연맹(FIFA) 푸스카스 상을 받았다.

손흥민은 진행자 반응에 살찍 미소를 지은 뒤 “조금 미끄러졌는데 운이 좋게 들어간 것이다”고 털어놓았다. 이어 “득점은 내가 했지만 솔직히 팀이 보여준 활약이 기쁘다”며 “골은 팀의 활약을 보여주는 결과이기 때문이다”고 강조했다. 마지막 인터뷰까지도 손흥민은 완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