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레반 집권에 떨고 있는 여성들“…20년 전으로 후퇴하나

[이데일리 장영은 기자] 이슬람 무장세력 탈레반이 20년만에 아프가니스탄 정권을 탈환했다. 무장 세력에 의한 공포통치와 혼란스러운 정국도 문제지만 국제사회에서는 아프간 여성들의 인권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높다.

미국의 침공으로 탈레반이 쫓겨나기 전인 지난 1996년부터 2001년까지 탈레반이 통치하던 시기는 여성들에게는 ‘잃어버린 시간’이었다. 교육은 물론 신체의 자유와 같은 기본적인 인권마저 박탈당한 암흑기였다.

카불 시내 벽면을 여성들의 사진으로 장식한 미용실 앞을 부르카를 입은 여성들이 지나고 있다. (사진= AFP)


20년만의 탈레반 집권에 “여성인권 우려” 한목소리

16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즈(FT)에 따르면 아프간 여성들은 미국의 철수와 아프간 정부의 붕괴가 최근 20년간 여성들이 누려온 시민적 자유를 빼앗고 그들의 삶을 다시 암흑 속으로 빠져들게 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아프간 여성들은 그들이 국회의원이 되고 운전을 하고 스포츠 경기에서 경쟁할 수 있도록 해준 그들의 정치·교육·사회적 권리가 곧 후퇴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미국 정치 전문매체 더힐은 이날 탈레반의 정권 인수 선언 이후 달라진 점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5가지 장면을 선정했는데, 그중 하나가 가게 앞 벽에 붙어 있던 여성을 모델로 한 광고 사진이 흰 페인트로 지워지는 모습이었다.

CNN방송도 이날 아프간 수도 카불 거리에 여성이 거의 보이지 않았고, 외출한 여성도 일주일 전보다 훨씬 더 보수적(몸을 더 많이 가리는)으로 옷을 입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최연소 노벨상 수상자이자 인권운동가인 말랄라 유사프자이도 “탈레반이 아프간을 장악하는 것을 충격 속에서 지켜보는 중”이라며 “아프간의 여성과 소수자, 인권 운동가들의 안위가 걱정된다”고 말했다.

한 사회 운동가가 이달 초 카불에서 탈레반의 여성 인권 침해를 규탄하는 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 AFP)


교육은 물론 기본적인 인권도 없어

과거 탈레반 집권 당시 여성들은 부르카로 머리부터 발끝까지 전신을 덮어야 했고, 외출할 때는 반드시 남성 친척이나 가족 등과 동행해야만 했다. 여성들의 사회활동은 금지됐고 소녀들은 학교에 갈 수 없었다. 여성들은 집안에서 정해준 상대와 정략결혼을 해야 했다.

뿐만 아디라 ‘간통을 했다’는 의심만 당해도 돌팔매질로 여성을 사형시키는 끔찍한 악법도 있었다. 남의 물건을 훔칠 경우에는 팔다리를 잘렸다.

탈레반은 1990년대와 같이 가혹한 규제와 이슬람 규범을 적용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탈레반은 여전히 아프간 사람들의 인터넷 접속을 제한해야 하며, 여성들은 남성 보호자를 동반하고 외출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고 FT는 전했다.

카타르 방송 알자지라에 따르면 지난달 초 탈레반이 아프간 지역을 점령하고 있을 때 무장괴한들은 칸다하르 아지지 은행 사무실에 침입해 여성 직원 9명에게 퇴거 명령을 내렸다. 탈레반측은 여성들을 집에 데려다 주면서 남성 친척들이 그들을 대신해 일할 수 있다고 통보했다.

아프간에서 교사이자 인권 운동가로 활동하고 있는 파슈타나 두라니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탈레반이 여성의 인권에 대해 (공식적으로) 하는 이야기와 실제로 행동하는 것에는 큰 차이가 있다”며 “이슬람 단체는 어떤 여성의 권리를 수용할 수 있는지 명확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두라니는 “다음 세대가 이 모든 갈등에 또다시 직면하지 않도록 오늘 싸워야 한다”며, 생명의 위협을 느끼면서도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