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명숙만 두 번 죽이고 더 큰 치욕 안겨”…박범계 ‘용두사미’ 감찰에 법조계 ‘혹평’

박범계, 모해위증 무혐의 결론 사실상 인정…"대검찰청이 결론 냈다"

김소연 "수사팀 위법의 증거 못 찾아내…한명숙 뇌물죄 확정 판결만 거듭 부각"

'알맹이' 못건지자 '절차적 정의' 트집잡기…김종민 "피의사실공표도 여권에만 적용, 내로남불"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14일 오전 경기도 과천시 정부과천청사 법무부 대회의실에서 합동감찰 브리핑을 하고 있다. ⓒ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14일 오전 경기도 과천시 정부과천청사 법무부 대회의실에서 합동감찰 브리핑을 하고 있다. ⓒ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한명숙 전 국무총리 불법 정치자금 수사팀에 대한 합동감찰 결과를 발표하자 법조계 안팎에서는 사건의 핵심인 '모해위증교사' 의혹 증거는 내놓지도 못한 채 '용두사미' 감찰에 그쳤다는 평가가 중론을 이루고 있다.


박 장관은 검찰개혁의 동력을 끌어올리기 위해 '한명숙 모해위증교사' 카드를 꺼내 들었지만 끝내 실체는 밝혀내지 못했고, 결과적으로 6년 전 대법원이 만장일치로 유죄 판결한 사건만 거듭 재조명되면서 한 전 총리의 명예만 실추시켰다는 지적이다.


박 장관은 지난 14일 합동감찰 브리핑에서 한 전 총리에 대한 모해위증 실체적 혐의에 대해 "앞서 대검찰청이 결론을 내렸다"며 대검의 모해위증 무혐의 결정을 사실상 인정했다. 대검은 지난 3월 관련 재소자의 진정·고발사건을 무혐의 처분한 데 이어 박 장관의 재검토 수사 지휘에 따라 같은 달 19일 대검부장·고검장 확대회의를 열고 재차 무혐의 판단을 내렸다.


이에 박 장관은 지난 3월 이 사건에 대한 합동감찰을 지시하며 "용두사미로 그치지 않을 것"이라고 으름장을 놨다. 한 전 총리도 최근 발간한 자서전에서 "검찰의 민낯이 드러나기를 바란다"며 감찰 결과에 기대를 걸기도 했지만 결국 4개월가량의 감찰 끝에 무혐의를 인정한 것이다.


장영수 고려대 로스쿨 교수는 "박 장관은 이번 발표에서 '구체적인 모해위증 혐의가 없었다'고 명확하게 밝혀야 했지만 이 부분의 언급은 피했다. 정직한 발표가 아니다"며 "법무부 장관으로서 올바른 발표가 아니었다. 이번 감찰이 법리적 문제를 다루고자 하는 것이 아닌 정치적 의도가 있었음을 드러낸 것"이라고 지적했다.


전 대전시의원인 김소연 변호사는 "박 장관 감찰 결과 수사팀이 중대한 위법을 저질렀다는 증거같은 것은 없었고 오히려 한 전 총리의 뇌물죄 확정 판결만 부각됐다"며 "'한명숙 구하기'가 오히려 한 전 총리를 두 번 죽이고 더 큰 치욕만 안겨준 꼴이 됐다"고 꼬집었다.


임은정 감찰담당관이 14일 정부과천청사 법무부 대회의실에서 박범계 장관과 인사하고 있다. ⓒ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임은정 감찰담당관이 14일 정부과천청사 법무부 대회의실에서 박범계 장관과 인사하고 있다. ⓒ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이같은 비판를 사전에 의식한 듯 박 장관은 합동감찰 브리핑에서 잘못된 수사 관행이 다수 드러났다며 당시 수사팀의 '절차적 정의' 문제를 집중적으로 거론했다. 그러나 이 역시도 '용두사미' 감찰 결과에 따른 여론의 비난을 최소화하고 검찰 개혁의 명분만 살리려는 포석이라는 비난을 받고 있다.


그는 당시 수사팀이 법정 진술을 앞둔 피고인들을 총 100여 차례 검찰청으로 소환한 점, 수사에 협조하는 일부 피고인에 편의를 제공한 점, 일부 수사서류 기록을 첨부하지 않은 점, 민원접수 후 배당 과정 등을 문제 삼았다.


하지만 법조계 일각에서는 박 장관이 한명숙 사건을 들어 '절차적 정의'의 중요성을 내세우는 것은 과거 태도와 모순되고 정권의 유불리에 따라 선택적으로 정의를 들먹이는 이른바 '내로남불'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앞서 박 장관은 검찰의 '김학의 불법출금' 의혹 수사를 겨냥해 "절차적 정의를 세우는 시범 케이스가 김학의냐"며 불쾌감을 표출하고 절차적 정의를 등한시하는 듯한 태도를 드러낸 바 있다.


김소연 변호사는 "박 장관에게 그렇게 절차적 정의가 중요하면 왜 김학의 불법출금 수사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느냐"며 "절차적 정의는 자신과 자기 사람들에게 유리하게 적용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박 장관이 대대적인 개선을 예고한 피의사실공표 문제도 내로남불 비판을 면하기 어려워 보인다. 박 장관은 김학의 불법출금, 원전 경제성 평가조작 의혹, 라임·옵티머스 사건의 언론보도 등을 사례로 들며 "여론몰이형 수사정보 유출로 의심된다"고 지적했지만 명확한 증거는 제시하지 못했다. 특히 언급된 이들 사례는 모두 정권이 연루돼있다.


순천고검장 출신인 김종민 변호사는 "피의사실공표 문제를 여권에만 적용하려는 게 문제"라며 "국정농단, 사법농단 수사 상황도 중계방송처럼 공유됐는데 당시 박 장관은 조용히 입을 다물고 있지 않았냐"고 반문했다.


김 변호사는 이어 "현재 여권은 윤석열 전 검찰총장 처가 관련 수사 상황을 주요 공격 소재로 활용하고 있는데 박 장관은 전혀 문제 삼고 있지 않다"며 "전형적인 이중잣대이자 내로남불이다"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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