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만5000원짜리 방도 안 나가”… 성수기에 4차 대유행 ‘직격탄’

본격적인 휴가철을 앞둔 15일 오전 경북 안동시 하회마을은 한산했다. 이맘때면 관광 인파로 꽤 북적이지만 올해 분위기는 사뭇 달랐다. 손님 대신 더위에 지친 딱딱한 얼굴의 주민들만 마을을 지키고 있었다. 특히 가장 어려움을 호소하는 업종은 바로 숙박업계다.

9년째 하회마을 근처에서 숙박업소를 운영하는 김모(56)씨는 “요즘 예약 취소 문의로 전화기가 뜨거울 지경”이라며 “여름철 휴가 손님만 바라보고 있었는데 평소 20명 넘게 오던 손님이 오늘은 2명뿐”이라고 푸념했다. 그러자 옆에 있던 안주인이 “괜히 코로나19 때문에 손님 없다고 얘기하면 올 사람도 안 온다”면서 “쓸데없는 소리 말라”고 손사래를 쳤다.

코로나19 사태에 경영난까지 ‘2연타’를 맞은 숙박업계들이 ‘4차 대유행’에 신음하고 있다. 하필 휴가철을 앞두고 확진자가 폭증하면서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 격상에 적지 않은 해약 수수료를 물고서라도 숙박 예약을 취소하겠다는 사람이 줄을 이어서다. 백신 접종자가 늘어나고 ‘트래블 버블’(여행안전권역) 추진으로 되살아날 조짐을 보이던 여행 경기가 다시 가라앉자 숙박업계는 그야말로 망연자실한 분위기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4단계로 격상된 수도권 역시 숙박 예약 취소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 경기 파주시의 숙박업소 관계자는 “평소보다 예약을 취소하려는 문의가 2배나 늘었다”면서 “예약 일정을 마구잡이로 연기해 달라는 요구도 많아 골머리를 앓고 있다”고 했다. 경기도의 경우 호텔과 펜션을 저렴한 가격에 양도하겠다는 인터넷 게시 글도 속출하고 있다.

부산시는 해운대와 광안리, 송정 등의 해수욕장들이 즐비해 여름철마다 숙박업계가 호황을 누린 곳이다. 하지만 최근 확진자 급증으로 영업에 빨간불이 켜지자 숙박업계 업주들은 “코로나19 때문에 올여름 장사는 망쳤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해운대해수욕장의 경우 특급·대형 관광호텔을 제외하고 270여개 숙박업소가 영업 중이다. 주로 가족단위 피서객들이 주 고객층인 이들 업소는 사회적 거리두기가 상향 조정되면서 예약 취소가 물밀 듯하다고 했다. 특히 해운대지역 숙박업소들은 최근 수익형 호텔이 들어서면서 요금을 30% 이상 내린 상태여서 올여름 장사를 망치게 되면 생존까지 위협받는다고 주장했다. 김명우 숙박업중앙회 해운대구지부 사무국장은 “오죽하면 휴가철인데 평일 2만5000원짜리 방까지 등장했겠냐”면서 “기존 방을 예약했던 손님들의 예약 취소가 급증하면서 올여름 장사는 망했다”고 하소연했다.

송정해수욕장은 사정이 더 심각하다. 50여개 숙박업소의 예약 취소율은 평균 70%를 넘는다. 한 숙박업소 업주는 “최근 방값을 1인당 2만원까지 내렸지만 찾는 사람이 없다”며 “일찌감치 방을 예약했던 사람들까지 취소하는 바람에 죽을 지경”이라고 한숨을 쉬었다.

제주시는 이달 들어 관광 수요가 한풀 꺾였다. 제주도관광협회에 따르면 관광객은 지난달 마지막 주말(25~27일) 일평균 4만1000여명에 달했으나, 이달 첫 주말(2~4일)에는 일평균 3만5000여명으로 줄었다. 여행사 관계자는 “패키지 수요가 적은 상황에서 코로나19 확산세로 인해 갑자기 예약이 40가량 떨어졌다”고 설명했다. 제주에서 펜션을 운영하는 업주는 “관광객에 의한 감염 확산과 이에 따른 관광 침체 우려로 관광객이 와도 걱정, 안 와도 걱정”이라며 “여름 성수기 예약 취소에 전전긍긍하고 있다”고 말했다.